
일본 학교들이 남자화장실에서 소변기를 없앨 것인지 여부를 두고 고민에 빠져 있다고 아사히신문이 14일 보도했습니다. 남자화장실에도 여자화장실과 똑같이 칸막이 좌변기만을 설치한다는 ‘화장실 개혁’이 찬반 논란에 부딪혔기 때문이라는데요.
일본에서 소변기가 없는 남자화장실이 학교에 등장한 것은 9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다른 친구들이 보는 앞에서 좌변기가 설치된 칸막이 안으로 문을 열고 들어가는 것이 부끄러워 학교에서 대변을 보지 않는다는 학생이 늘자 소변기를 아예 없앤 것이죠.
이렇게 하면 여학생과 마찬가지로 남학생들도 소변이나 대변 여부에 상관없이 누구나 용변을 볼 때 칸막이 안으로 들어가야 합니다. 다른 학생의 약점을 잡아 여러 명이 집단으로 괴롭히는 이지메가 심각해진 가운데 대변을 보는 것도 놀림감이 되자 이런 방법으로 해결을 꾀한 것입니다.
화장실 개혁 움직임은 변기, 세면대 등을 생산하는 업체인 토토가 2003년 일본 초등학생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더욱 힘을 받았습니다. 40%에 이르는 학생이 ‘학교에서 대변을 보지 않고 참는다’고 응답했는데 이 가운데 남학생 대부분은 ‘칸막이에 들어가면 친구들이 놀린다’를 이유로 꼽았습니다.
이처럼 충격적인 결과가 나오자 소변기를 없애고 좌변기만을 설치한 남자화장실을 마련하는 학교들이 등장한 것입니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소변기가 있는 남자화장실이 하나도 없는 학교가 4월 개교하는 후쿠오카(福岡) 시의 한 초등학교를 비롯해 전국적으로 5개교가 있다고 합니다.

소변기가 없는 남자화장실을 이용해본 남학생들은 “친구들을 신경 쓰지 않고 마음 편히 용변을 볼 수 있어 좋다”며 환영했다는데요. 그러나 당초 예상과는 달리 이런 변화를 직접 실천하는 학교 수는 크게 늘지 않았습니다.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는 남학생들이 소변을 보는 방식 때문이라고 합니다. 2001년 일본에서 처음으로 소변기 없는 남자화장실을 도입한 카나가와(神奈川) 현 치가사키(茅ケ崎)시 쇼우리(松林) 초등학교가 재학생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선 남학생의 80%가량이 “서서 소변을 본다”고 답했습니다.
남학생들이 소변기가 아닌 좌변기를 이용할 때 ‘서서 쏴’를 하면 소변이 튀는 등 위생상으로 문제가 생기기 마련이죠. 청소를 할 때에도 간편한 소변기에 비해 신경을 더 많이 써야 합니다.
또 다른 이유는 공간의 부족입니다. 소변기는 크기가 작아서 여러 대를 설치할 수 있지만 좌변기는 칸막이까지 있어야 하기 때문에 훨씬 많은 공간이 필요합니다. 여러 학생들이 쉬는 시간에 화장실을 한꺼번에 이용하면 기다리는 줄도 길어집니다.
일부 학교에선 학생들이 성장해 사회에 진출했을 때 회사 등의 공중화장실에서 소변기가 없는 남자화장실을 접할 수 없다는 점도 문제로 삼았습니다. 칸막이 좌변기를 이용할 때 느끼는 수치심에 일찌감치 익숙해져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일본 학교의 남자화장실 소변기 제거 논란은 학생들의 세심한 부분까지 고민하고
배려한 결과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한편으로는 인간의 가장 본능적인 생리현상까지 집단의 놀림감이 되고
남의 눈치를 봐야 하는
일본 사회의 어두운 현실이 반영된 것 같아 안쓰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