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과 법치의 상호견제
유명하면서도 숱한 오해와 왜곡을 겪었지만, 인간성과 국가, 권력과 민주주의, 더 나아가 전공인 국제정치에 대한 큰 통찰력을 얻을 수 있는 명저로 꼽기를 나는 주저하지 않는다. 홉스는 당시 시대적 배경에 의해 절대왕정을 지지하는 왕당파의 일원이었으며, 그의 분석 틀이 국제정치학으로 넘어와 무정부적 성격을 강조하는 극단적 현실주의로 계승되었다.
하지만 이 책의 진면목은 공화정과 민주주의의 이론적 기반인 사회계약론의 시금석을 깔았으며, 국제정치적으로 힘만 강조하는 현실주의도 아니고, 막연한 이상주의도 아닌 ‘권력’과 ‘법치’의 역동적 상호견제를 주장하는 그로티우스의 세계관을 닮은 데 있다. 이런 중간자적 입장 때문에 홉스는 후세는 물론이고 당대에 교회 권력으로부터, 그리고 신으로부터 무제한의 권력을 부여받았다고 주장하는 왕권신수설을 주장하는 세력들로부터 고초를 당했다. 이 책의 헌사에 “한편으론 너무 큰 자유를, 다른 한편으로는 너무 많은 권위를 주장하는 사람들 사이를 무사히 빠져나가기란 힘들다”고 고백하는 이유다.
물론 무조건 좋은 쪽으로 해석하지는 않는다. 홉스의 주장이 계약을 중요시하면서도 무질서와 공포로부터 살아남으려는 상황은 인민의 자발적 동의를 약화하고, 국가권력만 강화할 위험성이 있기 때문이다. 생명 보전을 위해 절대적 권력에 복종한다는 명제는 분명 해악의 요소다. 홉스의 어머니가 스페인의 무적함대가 쳐들어온다는 소문에 놀라 홉스를 조산했다고 알려져 있다. 그래서인지 홉스는 “두려움과 나는 쌍둥이다”라고 했다. 이 책의 저변에는 이런 홉스의 불안 심리가 내재한다. 불안이나 인간성에 대한 지나친 부정적 관점은 도리어 국가를 괴물로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