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X년 X월 X일 : 고요한 하늘, 그리고 `주주`의 품격
오늘 아침, 눈을 뜨자마자 업비트... 아니 증권 앱을 켰다. 파란 불이 살짝 들어와 있었지만 당황하지 않았다. 비행기가 이륙할 때도 기류가 불안정하면 흔들리는 법이니까. 나는 누구? **`대한민국 하늘의 지배자, 대한항공 주주`**니까.
11:00 AM - 편의점에서의 조우
점심을 사러 편의점에 갔다. 예전 같았으면 "저... 저기... 삼각김밥..." 하고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겠지만, 오늘은 달랐다. 카운터에 당당히 서서 알바생의 눈을 3.5초간 응시하며 말했다.
"비닐봉투는 필요 없습니다. 환경을 생각하는 ESG 경영, 제가 실천 중이거든요."
알바생이 나를 이상하게 쳐다보는 것 같았지만 상관없다. 아마 `저 사람, 설마 KAL 주주인가?` 하는 경외심이었을 거다. 도시락을 들고 나오는데 길가에 찌그러진 캔이 보였다. 평소라면 발로 찼겠지만, 오늘은 정중히 주워 분리수거함에 넣었다. 내가 어지럽힌 이 땅을, 내 비행기가 굽어볼 텐데 차마 그럴 수 없었다.
03:00 PM - 하늘을 향한 경례
옥상에서 담배... 아니 산책을 하던 중, 하늘 위로 비행운을 그리며 지나가는 비행기를 발견했다. 기종은 모르겠지만 직감적으로 느꼈다. `아, 내 것이구나.` 주머니에 손을 넣고 뒷짐을 진 채 중얼거렸다.
"기장님, 오늘 기류가 좀 거칠던데... 승객들 불편하지 않게 안전운전 부탁합니다. 아시겠어요?"
지나가는 이웃 아주머니가 나를 미친놈 보듯 했지만, 사자는 생쥐의 시선에 흔들리지 않는 법. 나는 안정적으로 로켓 런처를 세우고 있는 주주니까.
10:00 PM - 샤워실의 명상
뜨거운 물을 맞으며 거울 속의 나를 보았다. 오늘 하루도 품위를 유지하느라 고생한 나에게 주는 보상이다. 거울 속 내 눈동자엔 이미 스카이패스 모닝캄의 광채가 서려 있었다.
주먹을 불끈 쥐고 나지막이 읊조렸다. "나는 누구?" "안정적으로 로켓 런처(차트) 세우고, 곧 퍼스트 클래스로 출근할 대한항공의 숨은 주인."
입가에 슥 미소가 번졌다. 내일은 공항 가서 카운터 직원들이랑 눈 마주치기 연습 좀 해봐야겠다. 이래서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말이 있는 것 같다.
내일은 제발 양봉 띄워주세요. 제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