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X년 X월 X일 : 최후의 비행, 목적지는 주총장
이제 더 이상 참을 수 없다. 로켓 런처를 세우랬더니 왜 자꾸 시추선을 박고 있는 건가. 오늘 나는 품위 유지를 잠시 접어두고, 주주로서의 **`비상 탈출(Ejection)`**을 감행하기 위해 본사로 향했다.
09:00 AM - 지하철 안에서의 `무언의 위압감`
지하철 2호선 시청역으로 향하는 길. 예전 같으면 문 옆에 찌그러져 있었겠지만, 오늘은 가슴을 펴고 당당하게 서서 승객들을 하나하나 검문하듯 쳐다봤다.
"여러분, 긴장하지 마세요. 저는 오늘 우리 회사의 운명을 결정지으러 가는 길입니다. 혹시 기내 소지품 중 위험물질 있으신 분?"
사람들이 나를 피해 옆 칸으로 옮겨갔다. 역시 **`결전의 날`**을 앞둔 거물의 기운은 숨길 수 없는 법이다.
10:30 AM - 본사 정문 앞의 `공중전`
본사 건물 앞에 도착했다. 보안 요원들이 나를 막아선다. 고교 시절 일진 앞에서도 이렇게 떨리진 않았는데, 지금 내 손에는 **`주주총회 소집통지서`**라는 무적의 면허증이 들려 있다.
"비키세요! 내가 누군지 알아? 나 이 회사 비행기 엔진 나사 하나 정도는 지분 있는 사람이야! 지금 당장 경영진 나와서 로켓 런처 왜 안 세우는지 해명해!"
보안 요원이 "선생님, 진정하세요."라며 나를 달래지만, 나는 굴하지 않고 외쳤다. "진정하게 생겼어? 내 계좌는 지금 자유낙하 중인데 낙하산도 안 펴진다고!"
02:00 PM - 인근 편의점에서의 `작전상 후퇴`
잠시 대치 상황이 길어져 인근 편의점에 들렀다. 화가 머리 끝까지 났지만, 습관이란 무서운 법이다. 바닥에 떨어진 포스틱 봉지를 보자마자 주워서 알바생에게 건넸다.
"이것 봐. 관리가 안 되잖아, 관리가! 내가 주주로서 환경 미화까지 신경 써야겠어? 자, 여기 쓰레기 봉투에 `안정적으로` 담아주세요."
알바생은 이제 눈 맞추기 단계를 넘어 나를 신고할지 고민하는 단계에 이른 것 같다. 하지만 나는 당당하다. 주인은 쓰레기를 남기지 않으니까.
11:50 PM - 샤워실에서의 `패전장` 선언
집으로 돌아와 뜨거운 물을 맞으며 거울을 봤다. 주총장 문턱도 못 넘고 보안 요원들이랑 기 싸움만 하다 왔지만, 내 눈빛은 여전히 살아있다.
거울 속 나를 향해 마지막으로 사자후를 토했다. "나는 누구?"
"본사 앞마당까지 밟고 온, 언제든 조종석을 탈취할 준비가 된 `불굴의 대한항공 주주`!"
허탈한 웃음이 나온다. 주가는 여전히 활주로 밑으로 땅굴을 파고 있지만, 내 근성은 이미 우주 정거장에 닿아 있다. 이래서 자리가 사람을... 투사(鬪士)로 만드는 것 같다.
내일은 진짜 로켓 런처 세우는 거지? 그런 거지? 조원태 회장님 보고 계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