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얘기를 어디에 써야할지 몰라서 이곳에 올려봅니다.
불쾌하신 분이 있다면 너그럽게 이해해주십시오.
일본인들은 한국을 반일국가라고 말하지만 의외로 한국사람 중에 맹목적인 반일감정을 가진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원래 active minority라는 말처럼 격한 감정을 가진 사람일수록 큰 목소리로 떠들기 때문에 그런 착시현상이 생기는 것이지요.
그래서 나는 혐한감정을 가진 일본인도 사실은 그다지 많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평범한 보통의 일본인이 왜곡된 역사지식을 바탕으로 한국을 바라보고 있다는 것입니다.
얼마전 인터넷에서 한 일본인이 "조선왕조는 백성을 착취하기 위해 한글 보급을 일부러 방해했다. 조선인에게 한글을 가르친 것은 일본이었다."라고 주장하는 글을 보았습니다.
더 놀라운 것은 그 글에 많은 일본인들이 한국에 대한 욕설과 비난으로 화답하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한글 보급을 방해하다니요?
조선왕조는 吏科라는 하급관료 선발 시험에서 한글 능력을 평가했습니다.
조선왕조 말기에는 일반에 한글이 널리 보급되어 한글 소설이 나타나고 한글벽서사건이 빈번히 발생했습니다.
1898년 발간되어 일본에 의해 1910년 폐간된 제국신문은 여성을 대상으로 한 최초의 신문으로서 순한글로 제작되었습니다.
그것은 이미 당시에 여성들에게까지 한글 교육이 광범위하게 실시되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물론 한글이 한자에 비해 천시되었던 것은 사실이나 그건 일본에서 한자를 眞名, 가나를 假名이라고 자기 문자를 천시했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은 일반적인 현상이었습니다.
일본이 조선인에게 한글을 보급했다는 것도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윤동주 시인은 한글로 시를 썼다는 이유만으로 경찰에 체포되어 수감되었다가 생체실험을 당한 끝에 죽었습니다.
1895년 고종의 교육입국조서 반포 이후 각지의 부유층이 학교 설립에 앞장서 일본에 국권을 피탈당하기 직전에 사립학교가 5000여개나 설립되었지만 일본은 3차에 걸친 "조선교육령"으로 이 학교들을 800여개만 남기고 모조리 폐교시켰습니다.
일본은 최초의 대학인 숭실전문학교 등 고등교육기관은 하나도 남기지 않고 없애버려서 나중에 식민지 조선에선 "민립대학설립운동"이 벌어지기까지 합니다.
사립학교가 사라진 자리에 일본은 공립학교를 세웠지만 새로 세워진 공립학교의 90%는 초등교육기관에 치우쳤고 그나마도 일본에서 실시되던 6년제 소학교와 달리 식민지 조선에선 4년제 보통학교를 운영했습니다.
물론 보통학교를 졸업해도 중학교에 진학하려면 대도시로 유학을 가야만 할 정도로 중학교와 고등학교는 드물었습니다.
일본이 식민지 조선에서 근대교육을 실시했다고 하지만 이미 대한제국은 근대교육을 실시하고 있었습니다.
그 중심에는 당연히 한글교육이 있었습니다.
최초의 한글사전을 조선총독부가 만들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조선총독부가 만든 한글사전은 표제어 수가 3만개에도 미치지 못했고 그나마도 내용이 부실해서 사전으로서 기능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이에 주시경 등 한글학자들이 "조선어학회"를 결성해 표제어가 30만개에 이르는 "우리말대사전" 제작에 착수했습니다.
그러나 일본은 한글이 널리 보급되는 것을 원치 않았기에 석연치 않은 이유로 이들 학자들을 모조리 구속 수감합니다.
이것이 그 유명한 "조선어학회사건"입니다.
이때 일본 경찰에 압수되었던 "우리말대사전"의 원고는 이후 실종되었다가 해방후 우연히 서울역 창고에서 발견되어 이를 토대로 50년대 남한에서 "우리말대사전"이, 북한에서 "조선어대사전"이 만들어지게 됩니다.
그렇다면 일제시대 만들어진 한글 교과서는 무엇이냐구요?
만약 한국이 일본을 지배하며 모든 수업을 한국어로 진행하면서 일주일에 단 한시간 선택과목으로 일본어를 가르친다면, 그것은 일본어를 보급하는 것일까요?
한글 교과서 사진 한장을 가지고 일본이 식민지 조선에서 한글을 보급했다고 말하는 건 정말 낯뜨겁고 부끄러운 주장입니다.
한국인으로서 이런 이야기를 일본인들에게 들려주고 싶었습니다.
저는 일본인을 증오하지 않습니다.
다만 사실을 정확이 알고 대화를 나눌 때 서로에 대한 이해가 깊어진다고 믿습니다.
누가 뭐래도 2차세계대전 이후 일본인들은 전세계에 자랑할 수 있는 인권과 민주주의를 꽃피워 왔습니다.
일본인들에게 잘못 알고 있는 역사적 사실을 바로잡아 알려준다면 일본인들을 스스로 옳은 방향으로 나아갈 능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인들도 피해를 당했다고 말하기 이전에 스스로 어떤 피해를 얼마나 당했는지 구체적으로 알려는 노력을해야 합니다.
복수를 하거나 보복을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런 일을 다시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입니다.
만약 일본인들이 잘못된 지식이 근거에 이웃나라를 폄하하고 비난하는 일이 벌어진다면 60년간 일본인들이 노력하여 쌓아온 명성에 흠집이 생기는 것입니다.
그것은 한국인에게도 일본인에게도 결코 좋지 않은 일입니다.
괜찮다면 앞으로 주제별로 일본인들이 잘못 알고 있는 역사적 지식들을 항목별로 서술하고 싶습니다만, 의견을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