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년 주기의 소빙하기가 시작됐다
지구온난화인가, 소빙하기인가?
S&T FOCUS 올 봄 우리나라는 때 아닌 추위에 떨어야했다. 특히 4월 28일 서울의 낮 최고기온은 영상 7.8도로 4월 기온 중 1908년 기상관측 이래 가장 낮은 기온을 기록했다. 또한 바람을 동반한 차가운 봄 날씨로 사과, 배, 토마토, 오이 등 전국적인 농작물 피해가 잇따랐다. 우리나라뿐만이 아니다. 일본은 토호쿠에서 시코쿠 지방에 걸쳐 평년보다 5도 가량 기온이 떨어졌고, 유럽과 북미 지역도 지난해 항공기 대란을 불러온 겨울 한파에 이어 올 봄까지 이상저온이 계속됐다.
남극 소빙하기 500년 주기성 발견
이처럼 세계 곳곳이 마치 빙하기에 접어든 듯 한파에 시달리자 한편에서는 이미 상식처럼 굳어져버린 지구온난화에 의심의 눈길을 보내기도 했다. 지난 수십년간 극지방에 얼음이 사라진 사실은 ‘지역적인’ 온난화를 분명하게 말해줬다. 또한 2007년 발표된 유엔 산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패널(IPCC)’의 4차 보고서도 “지구온난화는 논란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명백하다”고 평가한 바 있다.
이런 가운데 지구온난화인지, 소빙하기인지 종잡을 수 없는 최근의 기후변동과 관련해 흥미있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최근 2000년 동안 남극은 약500년 주기로 소규모의 빙하기가 네 차례에 걸쳐 반복됐다는 내용이다. 또한 이 주기에 따라 “현재 지구는 이미 소빙하기에 접어든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이는 우리나라의 극지연구소 고기후연구팀이 지난 3월 지구과학계 학술지 ‘미국지질학회지’에 발표한 내용이다.
연구진은 남극세종과학기지 앞 맥스웰 만의 수심 약120m와 75m 지점의 빙하에 파이프를 꽂아 빙하해양에 쌓인 퇴적물을 채취해 분석했다. 그 결과 깊이에 따라 ‘유기탄소함량’과 ‘탄소 대 질소 비율’, ‘빙하종 플랑크톤의 양’ 등에서 주기적인 분포 곡선을 보였다. 즉 곡선 그래프로 그렸을 때 특정 구간에서 반복적으로 뚜렷한 정점이 나타난 것이다. 그리고 이 정점 구간에서는 소규모 빙하기에서 벌어지는 특성들이 나타났다.
기후가 추워지면 남극대륙 연안의 빙하는 바다 쪽으로 전진(前進)하게 된다. 이 때 육상에 있던 식물이 바다 쪽으로 쓸려 내려가 해양 저층에 쌓이면서 유기탄소함량과 탄소 대 질소의 비율, 빙하에 살던 플랑크톤의 비율이 증가하게 된다. 이처럼 소빙하기의 특성을 보이는 퇴적층은 약 500년 간격으로 반복적으로 쌓여있었다. 즉 500년 주기성을 보인 것이다. 이는 해당 퇴적층에 함께 쌓인 조개류를 통해 알 수 있다. 조개껍질 성분 중 하나인 탄소동위원소 C14의 반감기가 5730년이란 점을 이용해 C14가 얼마나 남아있는지 측정하면 해당 퇴적층의 나이를 알 수 있는 것이다.
북대서양 심층수가 멈출 때 소빙하기 도래
이러한 소빙하기의 500년 주기성은 북극해에 인접한 ‘북대서양 심층수(Deep Water)’의 순환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북대서양에서 심층수가 느리게 생성되거나, 심층수의 순환이 중단되는 시점이 소빙하기가 시작하는 시점과 일치하는 것이다.
해류는 밀도가 무거운 물이 아래로 깔리고, 가벼운 물이 위로 솟아오르면서 전 지구적으로 순환하게 되는데, 이 때 밀도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온도’와 ‘염도(염분의 농도)’다. 수온이 낮을수록, 염도가 높을수록 밀도가 무거워져 바다 아래쪽으로 가라앉으면서 심층수를 이루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기후가 더워지면 이런 흐름에 변화가 생긴다. 북극의 빙하가 이전보다 더 많이 녹게 되면서 북대서양 심층수 지역에 담수(민물)가 대거 유입돼 바닷물이 말 그대로 싱거워지게 된다. 따라서 바닷물의 염도가 낮아져 이전처럼 아래쪽으로 가라앉지 못해 심층수의 생성과 흐름이 약해지는 것이다. 다시 말해 대서양 서부와 태평양, 인도양, 아프리카를 거쳐 북극해 쪽으로 되돌아오는 기존 북대서양 심층수의 순환이 약해진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적도 지역을 거쳐 북극해 쪽으로 돌아오는 따뜻한 바닷물의 유입이 적어진다. 즉 적도 지역의 바닷물이 더욱 따뜻해지게 되고, 이는 더 많은 수증기의 증발로 이어진다. 이 수증기들은 기류를 타고 극지방으로 향하는데, 극지방의 차가운 공기층과 만나 결빙하면서 이전보다 더 많은 눈을 내리게 한다. 쌓인 눈은 결국 극지방의 빙하를 전진시킨다.
남극대륙을 시계방향으로 도는 남극순환심층수도 여기에 한몫을 한다. 남극순환심층수는 남대서양을 따라 내려오는 북대서양심층수와 합류한 뒤 태평양과 인도양을 거치는 전 지구적인 대순환을 한다. 만약 남극순환심층수 안으로 북대서양심층수가 많이 유입되지 못하면, 남극순환심층수의 순환도 함께 약해지는 것이다. 남극순환심층수는 적도 지역 바다와도 접하면서 남극대륙 쪽 바다보다 상대적으로 따뜻하다. 따라서 이 남극순환심층수의 순환이 약해지면 남극대륙 쪽에 따뜻한 바닷물이 이전보다 덜 유입되는 셈이다. 이 역시 남극대륙의 겨울철 빙하가 지속적으로 전진하는 계기가 된다.
요약하면 북대서양심층수의 흐름이 약해질 경우 극지방이 더욱 추워져 북반구에서는 일시적인 한파나 짧은 빙하기가 찾아올 수 있다. 2004년에 개봉된 ‘투모로우’는 바로 이러한 과정들이 단기간에 벌어진다고 가정하고 여기에 작가적인 상상을 더해 만들어진 영화다. 실제 2003년 남극조약협의당사국회의(ATCM)에 보고된 ‘미래예측보고서’는 “2010년에 북대서양심층수의 생성이 점차 감소할 것”이라고 예측한 바 있다.
플로리다도 얼어…“지구 빙하기 도래했다”
한겨울 휴양지로 유명한 미국 플로리다가 한파에 얼어붙었습니다.
수확을 앞둔 오랜지와 토마토,야채가 얼어 농작물 피해가 커지고 있습니다.
양어장에서는 물고기 동사가 속출하고 있습니다.
플로리다가 이렇게 영하 10도 가까이 떨어진 것은 80년만에 처음 있는 일입니다.
존슨(농부) : " 전부 다 얼었어요.쓸모없게 됐습니다."
마이애미와 애틀랜타에서는 한파로 30년만에 동물원이 문을 닫아야 했습니다.
유럽과 아시아, 북미 대륙에 이르기까지 지구촌 곳곳을 강타하고 있는 혹한과 폭설은 3주가 지났지만 그 기세가 꺽일 줄 모르고 있습니다.
중국 북서부는 온통 폭설로 마비됐고 노르웨이는 영하 30도가 넘는 가장 긴 혹한기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이사크센(노르웨이 기상학회 연구원) : "지난 몇주 동안 혹한이 계속되고 있어요.예년보다 최소한 5도에서 10도 낮은 겁니다."
최근 혹한과 관련해 지구에 초단기 빙하기가 시작됐다는 분석도 나왔습니다. 지구온난화를 주장해온 라티프 독일 교수는 지구의 급격한 온도 상승을 앞두고 일시적으로 30년가량의 초단기 빙하시대가 도래했다는 것입니다.
소빙하기와 지구온난화 힘겨루기
앞서 연구진이 소빙하기가 이미 시작됐다고 추정한 건 500년 주기성을 계산한 결과이다. 지금까지 500년마다 소빙하기가 찾아왔기때문에 그 주기성에 따르면 지금은 이미 소빙하기에 접어든 상황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가장 최근의 환경을 말해주는 해저 표층의 퇴적층일수록 당연히 소빙하기의 특징을 보여야 한다. 하지만 막상 연구진이 살펴보니 소빙하기 특성들이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 2000년 이상 지켜온 소빙하기의 500년 주기성에 최근 들어 처음으로 ‘예외’를 보여준 것이다.
이는 최근 60여 년간 이어진 인류의 과도한 산업 활동 때문일 수 있다. 즉 자연주기적인 소빙하기 현상과 이에 역행하는 인위적인 지구온난화가 서로 맞부딪쳐 힘겨루기를 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그동안은 지구온난화의 영향이 우세했지만, 지난해 겨울과 올봄에 있었던 북반구의 한파처럼 이상저온도 기승을 부릴 수 있는 것이다.
고기후연구팀이 연구에 사용한 대상은 10여년 전에 채취한 퇴적물이다. 따라서 최근 2년간의 한파를 보여주는 퇴적물 분석은 이번 연구에 포함되지 않았다. 만약 소빙하기와 온난화가 거의 평형 상태라고 할 경우 이상저온이나 이상고온이 격정적으로 나타나 불안정한 기후 변동을 보일 수 있다.
어느 쪽이든 우리는 그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하도록 대비해야 한다. 지역별로 기후 특성에 따라 아열대, 온대, 한대 등으로 세밀하게 나누고, 기후예측 관련 기술을 향상시켜 각 기후 영역대의 변화를 면밀히 살피는 전략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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